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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영화 어스 후기 및 해설

by 라이브 on 2019.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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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겟아웃으로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킨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어스의 베일이 드디어 벗겨졌습니다. 전작 겟아웃이 강렬했기 때문에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미스테리한 티저, 다양한 상징 등은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서스페리아와 함께 상반기에 가장 기대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설래는 마음으로 관람하고 왔는데요, 겟아웃과는 결이 다른 스타일의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나옵니다. 




 영화 어스 줄거리, 그리고 복선


미국계 흑인인 윌슨 가족이 휴가를 보내기 위해 방문한 그곳에 가족과 똑같이 생긴 가족들이 윌슨 가족을 찾아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는데요, 전작 겟 아웃이 다양한 복선과 상징을 담고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어스에서도 다양한 복선과 상징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다양한 지하터널과 지하도 등이 있지만 대부분 그 용도를 확인할 수 없다"는 내용의 오프닝, 그리고 초반에 반복적으로 보여지는 예레미야 11:11 보라, 내가 재앙을 그들에게 내릴 것이니 그들이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나에게 부르짖어도 내가 듣지 않을 것이다. 라는 성경구절이 맞물리면서 앞으로 이 가족에게 닥칠 재앙,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들이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직접적인 힌트를 제공합니다.


 어스 속 다양한 대칭들 


어스의 핵심은 대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갈등의 핵심이 되는 윌슨 가족과 똑같이 생긴 다른 가족,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Us의 중의적 의미 (우리, 그리고 미국이라는 두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위, 그림자, 거울 등이 대표적인데요, 이러한 대칭되는 이미지는 관객들로 하여금 해석의 여지를 다양하게 열어놓고 있습니다. 



도플갱어가 하수구에 나온 모습을 봤다는 인터뷰 장면과 놀이동산 지하에 숨겨져있던 토끼우리, 그리고 다른 도플갱어들이 숨어살던 장소는 영화 오프닝에 언급된 미국 지하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많은 지하도와 하수구가 있다고 언급한 자막과 맞물리며 묘한 공포감을 조성합니다. 영화 후반 윌슨과 레드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도플갱어들의 모습은 우리에 갇혀있는 토끼들과 다를바 없이 그려집니다. 


사람들의 육체는 똑같이 카피했지만 하나의 영혼을 나눠가질 수 밖에 없었던, 실패한 실험의 결과물인 도플갱어들에 대한 단서는 영화 초반 조라가 정부에서 사람들의 정신을 조종하기 위해 물에 약을 탔다는 음모론과도 맞물리는데요, 이렇듯 영화는 거울과 가위, 그림자와 같은 직접적인 단서 외에 내용 곳곳에 서로 맞물리는 소재들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미국 지하에 있는 하수구 - 도플갱어들의 은신처, 토끼우리 - 도플갱어 자신들, 조라의 종말론 - 영화 엔딩에 펼쳐진 도플갱어들의 핸즈 어 크로스 아메리카 캠페인으로 맞물린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가장 직접적인 대칭을 의미하는 것은 사실 애들레이드와 레드입니다. 에들레이드가 어린 시절 놀이동산에서 겪었던 어떤 사건으로 인해 모든 일들이 벌어졌다고 할 수 있는데요, 영화 예고편에도 나오는 마약에 대한 노래는 어쩌면 애들레이드 스스로가 환각 속에 빠져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 



이 외에 윌슨이 입은 죠스티나 조라가 입은 티에 그려져있던 토끼 그림 등 많은 부분들이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저에게 가장 임팩트 있던 복선은 영화 초반 등장한 핸즈 어 크로스 아메리카 캠페인입니다. 


1986년에 시행되었던 이 캠페인은 기아로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는 의미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등장합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것과 같이 영화 후해변가를 시작으로 만들어진 도플갱어들의 인간띠는 산등성이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플갱어를 만난 사람은 반드시 죽고 한사람만 살아남는다는 도시괴담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영화 속 도플갱어들은 지상에 사는 사람들을 죽이는 모습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도플갱어들로 이루어진 인간띠가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죽었음을 의미하는데요, 마치 새벽의 저주같이 결국 모두가 죽어버린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로 보이기도, 그동안 그림자로 철저하게 숨겨진 이들의 해방 운동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지하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살던 도플갱어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낙원으로 볼 수 있지만, 이들에게 희생당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종말이라 할 수 있으니 이 또한 대칭입니다. 



 영화에 대한 주관적 평가



조던 필 감독의 인터뷰 중 로샤 검사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로샤 검사는 서로 대칭되는 그림을 보고 연상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같은 그림을 보더라도 그 그림을 보고 연상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며, 정답 또한 없는 것이 특징인데요, 영화 어스 또한 마치 로샤 검사를 하는 것 같이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그 영화에 대한 해석은 서로 다른 지점이 있게 만든 것 같습니다. 


미국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자동차에서 생활하거나 지하 터널에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일가족이 노숙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고 건실한 직업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투병 생활 중 늘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해 지하 터널 생활을 시작하게 된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드가 애들레이드에게 자신의 정체를 미국인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이들이 생각났는데요, 인종차별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면 사회에 그림자같이 소외된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 레드는 도플갱어이면서 미국인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대칭에 대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렇듯 사회비판적인 영화로 볼 여지가 있지만 잘 만든 공포영화 이기도 합니다. 적재적소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음향효과와 ost는 영화의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반전은 예측 가능하지만 대칭을 중요하게 생각한 이 영화에 적합한 결말입니다. 



곳곳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샤이닝이 떠오르는 장면들도 많이 배치되어 있고요. 특히나 인상적인 점은 루피타 뇽의 1인 2역 연기입니다. 완전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플갱어의 아들과 딸인 움브라에, 그리고 플루토의 죽음을 목격할 때 변하는 미묘한 표정 변화를 통해 그녀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 부분 이기도 하고요. 


다만 겟아웃과는 달리 조금은 불친절한 영화라는 느낌도 듭니다. 두 영화의 결은 완전히 다르지만 겟아웃이 하나에서 열까지 친절하게 단서를 제공해줬다면 어스는 어디한번 니가 생각한 대로 즐겨봐 에 더 가까운 영화랄까요? 


때문에 겟아웃을 재미있게 본 분들 중에서도 호불호는 갈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확실히 여러가지로 대단한 영화인 것 같네요. 겟아웃과 마찬가지로 결말을 알고 보면 새로운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혹시 고민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추천드립니다.

 

ps. 영화 어스는 쿠키영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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