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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이 영화는 공포영화가 아니다 - 서스페리아

by 라이브 on 2019.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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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공포영화를 매우매우 좋아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매년 개봉 예정인 공포영화 라인업을 찾아보고 가급적이면 꼭 찾아보는 편 입니다. 혹시 저같은 취향을 가진 분들이 계실까 해서 종종 공포영화 라인업 소식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2019/02/26 - [영화&TV] - 개봉예정 공포영화

 

공포영화라는 장르 자체가 워낙 포괄적이기 때문에 그 세부적 장르를 나눌 때 스릴러, 고어, 슬래셔, 오컬트 등등으로 장르를 세분화 하기도 하는데요, 이번에 개봉한 서스페리아는 한가지 장르로 국한짓기에는 다소 난해한 영화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1977년도에 개봉한 영화 서스페리아의 리메이크작이라고 하지만 두 영화의 공통점은 미국인 수지가 마담 블랑의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겪게 되는 미스테리한 사건 이라는 점 외에는 공통점이 없습니다. 오히려 전혀 다른 영화로 봐도 무관한데요, 이러한 이유로 원작 영화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1977년도 원작 서스페리아의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공포영화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습니다. 줄거리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일부 장면의 리얼함이 너무 떨어진다는 점 등의 단점이 있지만 영화 오프닝을 장식하는 장면은 지금봐도 강렬하고 인상적입니다.

 

무용 아카데미 안의 모든 직원들이 사실은 마녀였다는 심플한 설정은 아쉽지만 영화 내내 보여지는 시각적인 강렬함은 이러한 아쉬움을 상쇄시키기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너무 오래된 영화에서 느껴지는 장면들이 그로테스크하게 이어지는 영화의 장면 장면들과 함께 어우려지면서 특유의 묘한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역할도 해냈고요.

 

 

선악 구도가 너무 평면적으로 그려졌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1977 서스페리아는 디테일한 줄거리를 주의깊게 보는 것 보다는 시각적 강렬함을 즐기는 것에 방점을 두면 될 것 같습니다. 

 

1977서스페리아가 시각적 강렬함이 주가 되었다면 2019 서스페리아는 시각적 강렬함에 영화적 메시지를 더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작과 비교했을 때 줄거리의 개연성이 추가되었고 영화 후반 벌어지는 의식 장면에서는 시각적 강렬함까지 더하고 있습니다.

 

원작이 선악 구도라는 평면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2019 버전은 어떤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는지에 따라 여러가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메인 캐릭터인 수지와 마담 블랑, 그리고 클렘페러 박사의 시점에서 각각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각각의 인물들이 따로, 또 같이 전개하는 이야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하나의 결말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인은 마담 블랑, 그리고 수지로 볼 수 있는데요, 다른 분들의 후기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세대간의 갈등을, 한편으로는 구원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후반 의식 장면을 봤을 때 결국 이 아카데미에서 재물을 바치고자 하는 것은 히든 캐릭터의 온전한 부활 등을 위한 것으로 그려집니다. 수지가 무용 아카데미에 와서 겪는 많은 사건들은 결국 제물로 바쳐지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마담 블랑이 이러한 의식을 주도하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이 과정에서 마담 블랑은 수지를 제물로 바치는 것에 대한 망설임을 가지면서도 적극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막으려고 하진 않습니다. 의식의 장소에 수지가 직접 찾아왔을 때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요.

 

마담 블랑의 관점에서 볼 때 히든 캐릭터로 대표되는 구세대와 수지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대 사이에 낀 어떤 세대들이 겪는 혼란을 그리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수지의 입장에서 마담 블랑은 자신을 양육하는 기존 세대이기도 하지만 본인이 극복해야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의식 장면에서 히든 캐릭터와 맞붙는 수지의 모습은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를 성립하는 어떤 새로운 바람을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한편으로는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근원적인 어머니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어떤 인물을 중심으로 따라가는지에 따라, 세대간의 갈등으로 볼지, 또는 모성에 대한 이야기로 볼지, 또는 종교적으로 볼지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다양해지는데요, 너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다보니 영화 자체가 난해하게 다가옵니다.

 

 

영화 전개 자체도 아주 매끄럽게 이어지는 편은 아니고요. 영화 후반 의식 장면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지만 수위가 다소 높기 때문에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 같습니다. 배를 가른다거나 하는 식의 장면들이 적나라하게 그려지기 때문에 거북함을 느끼는 분들도 계실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수지가 의식의 장면에서 자신의 가슴을 열고 모든 이들을 포용하는 모습이나 죽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죽음이라는 구원을 주는 모습 등을 볼 때 세대간 갈등 보다는 근원적인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지 않나 싶네요. 클렘페러 박사의 안식 아닌 안식을 위해 앙케를 비롯한 모든 여자에 대한 기억을 지워주는 과정도 그렇고요. 

 

1977 서스페리아와 전혀 다른 영화라고 생각했을 때 2019 서스페리아도 나쁘지않은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고어한 장면이 일부 나오긴 하지만 보기 아주 힘들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고요.  

 

영화 유전을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라면 이 영화도 흥미롭게 볼 것 같습니다. 오컬트 무비라는 점 외에도 상징과 은유 등을 생각할 때 유사점이 많다고 생각되거든요. 다른 분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하네요. 지금까지 영화 서스페리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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